나를 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준비한 국가대표 감독직. 홍명보는 인생을 건 첫 경기를 팔레스타인과 치뤘습니다. 팔레스타인도 축구를 하는 나라였다는 걸 처음 알았죠. 그런 팀과 상암에서 비겼습니다.
축협 직원 이임생이 라볼피아나와 변형 3백을 예로 들면 칭찬했던 홍명보 전술. 팔레스타인 전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볼게요. 역대급 스쿼드를 가지고 경기력이 답답했던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고립된 원톱
4-2-3-1 전형으로 시작된 한국 대표팀. 주민규가 원톱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립됐죠.
이상한 건 이겁니다. 주민규는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가서 연계플레이를 잘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전에는 미들 라인까지 내려가지 않고, 굳이 고립된 채로 있더라고요.
원톱이 위치를 미들라인으로 내려 앉아야 상대 수비수가 쫒아가게 되죠. 그때 공간이 생기고, 그걸 손흥민 같은 윙어 내지 공격형 미드필더가 뛰어들어 공격찬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민규는 '굳이' 고립된 채로 있더라고요.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말이죠.
2. U자 빌드업
팔레스타인은 한국의 빌드업 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수비를 했습니다. 전방압박을 하지 않고요.
그런데 한국팀은 빌드업 시 변형 3백 전형을 만들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센터백 가운데 자리시킨 거죠.
그런데 변형 3백은 상대의 전방압박이 강할 때,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드는 진형입니다. 압박을 안하는 상대에겐 무용지물이죠.
팔레스타인은 2줄 수비로 자기 진영을 꽁꽁 묶었죠. 압박은 커녕 잔뜩 움추린 모습이었습니다.
이럴 때 빌드업은 뒤에서 찔러주는 패스를 노리기 보다, 미드필더부터 상대 수비의 허점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계속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기 위해 수비수를 올려야 하고, 양쪽 윙의 적극적인 돌파가 있어야 했죠.
이강인은 처음부터 내려서 창의적인 패스로 상대 정신없게 했어야 합니다. 황희찬이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게 했어야 합니다. 주민규가 연계 패스를 할 수 있게 했어야 합니다.
홍명보는 수비숫자를 늘리고, 윙어들에겐 센터링이나 올리라는 식으로 주문할 걸로 보입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조차 안했을 수도.
3. 윙어 손흥민
손흥민을 비판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손흥민은 사실 마무리 슈팅 좋고, 원터치 패스 좋고, 뒷공간 카운트어택하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왼쪽 구석에서 한번에 골대로 질주하는 성향이 강하죠. 누구나 다 아는 거 아닌가요?
손흥민은 밀집수비에는 위력이 줄어듭니다. 잔 기술로 돌파를 노리는 성향이 약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홍명보는 손흥민을 밀집수비 상대를 뚫을 돌파형 윙어로 사용합니다. 차라리 황희찬, 이강인이 더 잘하는 플레이를 손흥민에게 시킨 거죠.
손흥민에겐 슈팅 한방을 때릴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효과적입니다. 손흥민이 밥상을 차리는 게 아니라요.
밥상은 케인이 차리고, 열심히 달려서 숟가락을 입에 넣는 건 손흥민이 하던 것처럼 해야 합니다.
홍명보는 아무 생각없이 왼쪽 구석에 손흥민을 처박았습니다. 당연히 상대는 3명을 손흥민에게 붙였고, 아무리 수준 차이가 있어도 1:3은 무리가 있습니다. 돌파가 안되죠.
4. 이강인 해줘
홍명보의 해줘 축구. 대표팀에선 이강인 해줘로 대표됩니다.
경기가 안풀리면 이강인이 뜁니다. 오른쪽 윙에서 경기를 하던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가 바뀌죠. 그리고 경기장을 본인이 휘젓거나 창의적인 패스로 주도권을 가져옵니다. 정말 멋지기도 하고 왜 혼자 날뛰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럴 때 꼭 찬스가 2~3차례 나와요.
이상한 건 왜 처음부터 이강인은 공미 자리에 위치시키지 않느냐는 거에요. 꼭 윙어로 처박아 뒀다가 급해지면 공미로 씁니다.
처음부터 공미에 두고 이강인이 경기 전체를 조율하게 시키는 것도 방법아닌가 싶어요. 수비가 손흥민에 몰리면 이강인이 패스 줄기를 만들고, 이강인에게 수비가 몰리면 손흥민이 뒷공간 때리면 되잖아요.
왜 처음엔 이강인 손흥민을 양쪽 윙에 처 박아서 센터링만 시키고, 급해지면 둘을 미들 지역으로 올라오게 하는 지 이해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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