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흘려듣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저희 집도 그랬는데, 유튜브로 넘버블럭스를 보여주면서 흘려듣기를 시작하는 집이 많습니다.
처음에 아이가 영어 영상을 본다는 거 자체가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난 뒤 생각해 보니 흘려듣기 시작하는 콘텐츠로 넘버블럭스가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유 1. 넘버블럭스, 자극이 세다
한글이나 영어 할 것 없이 아이에게 처음으로 영상으로 알맞은 콘텐츠는 순한 맛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넘버블럭스는 만 2~3세 아이들에게 과연 순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의 수준을 아시나요? 글자가 거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커다란 그림에 단어 하나 정도 쓰여진 것들이죠. 단어조차 없이 '으아~'하는 감탄사로만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그런 책으로 독서를 시작합니다. 그게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정서에 맞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넘버블럭스는 그에 비해 많은 이야기와 어휘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화면전환이 빠릅니다. 이 부분이 아이의 '첫' 영어 영상으로 넘버블럭스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화면 전환이 빠르다는 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아이가 어떤 그림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 전에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게 되니 내용을 음미하기보다 자극에 중독되기 십상입니다.
자극적인 영상을 봐 버릇하면 덜 자극적인 것들은 거부하게 되는 거,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림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 그림 속 나비만 움직이는 정도의 영상으로 흘려듣기를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이유 2. 넘버블럭스는 학습용 콘텐츠다
아이에게 처음으로 영상을 허용하는 시기에는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런데 넘버블럭스는 미취학 아이들에게 숫자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사과 그림을 보고 '사과', 'Apple'이란 소리와 글자를 알아가야 할 시기에 1부터 10까지의 수 개념을 아는 건 좀 빠릅니다.
부모로서 제 경험으로는요, 넘버블럭스를 한참 봤으니 1부터 10까지는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원투쓰리... 는 알아도, '5보다 4 큰 수' 같은 개념을 모르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모래성 같은 수 개념이 잡히는 거예요.
이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어떤 아이든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첫' 흘려듣기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처음으로 보는 영상이라면 더 간단한 내용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첫 흘려듣기는 더 순한 맛 영상으로 시작하세요.
예를 들어, 노부영이나 코코멜론 같은 영상이 넘버블럭스보다 순한 영상입니다. 정서적으로나 어휘 수준, 자극 정도 모두 첫 영상으로 더 알맞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vooks' 채널을 추천하고요.
이런 영상은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이 좋아해 온 노래를 요즘 수준의 영상과 함께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따라 부를 수도 있어서 더 좋고요.
유튜브를 활용하는 분들은 "read aloud"를 매직 word처럼 사용하면 좋습니다. 에릭 칼 등 유명 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상이 정말 많거든요. 물론 음질이나 발음은 좀 후진 영상도 많은데, 책을 우선시하는 분들이라면 참고할 만할 겁니다.
이 포스팅이 넘버블럭스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뜻으로 쓴 건 아닙니다. 넘버블럭스는 정말 좋은 콘텐츠이고,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한참을 봤어요. 영어에 대한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아이들이 숫자를 6~7세에 배우는 걸 감안하면 넘버블럭스도 그 수준일 때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면을 맛보면 잔치국수에 손이 안 가는 것처럼 영상 자극도 순한 것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꼭 기억해 두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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