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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사회인야구 날라차기 사건의 원인이 도루!? 호의를 권리로 생각하는 어리석음

by 보통등기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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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어난 사회인야구 날아 차기 사건이 화제가 됐습니다. 날아 차기를 하게 된 이유가 14점이라는 큰 점수차에서 도루를 한 것이라고 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도루를 한 게 뭐가 문제냐고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을 위해 포스팅을 올립니다. 큰 점수차 시에는 도루를 자제하라는 야구계의 불문율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10점 차 이상 벌어지면 도루 금지!?

사회인야구에서 점수차가 많이 나는 경우에 이기는 팀이 도루를 안 해주는 게 일종의 게임 매너인 것은 맞습니다. 아마야구와 프로야구에서도 알게 모르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규칙도 아닌 규칙이 어디서부터 나온 불문율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 사회인야구를 할 때부터 그렇게 익혔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른 종목을 즐기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플레이해 주는 게 매너 아니냐고. 야구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선뜻 이해 못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야구를 하는 사람들도 모두 이해하는 룰도 아니고요. 

 

최근 '사회인야구 날라차기'사건을 계기로 이 규칙 아닌 규칙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왜 이런 일종의 비공식 룰이 생겼는지에 대해서요.

제 생각을 얘기하기 전에 '큰 점수차 도루'에 대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프로야구에서도 큰 점수차 상황에서 도루한 황재균 선수에게 이동걸 선수가 빈볼을 던져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도루 때문에 빈볼을 던진 건지는 불확실하지만 당시에 그런 심증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밖에도 도루 관련 빈볼은 어렵지 않게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루로 인한 감정싸움은 프로, 아마, 사회인야구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봐야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큰 점수차 시 도루 금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솝니다.

이 불문율은 콜드게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사회인야구에서는 그런 이유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콜드게임은 두 팀의 실력차가 너무 커 게임의 승패가 일찌감치 기울어지면 경기종료가 선언되는 야구의 정식 규칙입니다. 사회인야구에서는 보통 4회부터 10점 이상 차이 나면 콜드게임이 됩니다. 경기를 1시간만 진행했어도 4회 10점차 요건이 충족되면 게임이 끝나죠. 특히 사회인야구는 개인별, 팀별 실력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스코어가 자주 발생하고 콜드게임도 자주 일어납니다.

 

현실적으로 10점 이상 벌어지는 것은 양 팀의 실력차이가 많이 심한 경우에 일어납니다. 지는 팀의 투수나 수비력 수준으로 도저히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로 붙으면 경기 진행이 안되는 수준이다 보니 이기는 팀에서 좀 봐주던지, 아주 심한 경우엔 심판이 지는 팀에 유리하게 편파판정을 내려 실력차를 조금 메꿔주면서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배려로 볼 수도 있고, 봐주기 야구를 하는 셈입니다. 운동경기에서 상대방이 나를 봐준다는 게 진짜 굴욕적인 일인데,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장기 고수는 차포 떼고, 야구 고수는 도루 자제한다.

그런데, 사회인야구는 선수가 돈을 내고 야구장을 빌리고 심판을 섭외해서 경기를 진행합니다. 딱 2시간만 심판과 야구장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양팀 모두 이 시간 동안 최대한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1시간 만에 게임이 종료되면 지는 팀은 물론이고 이기는 팀도 김이 샙니다. 충분히 즐기지 못했으니까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용병경기에서는 한 이닝에 타자 일순하면 이닝이 종료합니다. 3 아웃이 아니더라도 끝납니다. 이것도 경기를 최대한 즐기기 위한 경기진행방식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 즐기는 야구를 하고자 도루를 자제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콜드게임을 되도록 피하자는 인식인 거죠. 아마야구에선 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사회인야구에서는 그렇습니다. 실력이 월등히 앞서는 팀도 즐거운 야구를 하기 위해 한수 접어줍니다. 한 수 접어주는 게 바로 도루를 자제하는 결과로 표출되는 거죠. 

 

좋게 생각하면 모두가 즐겁자가 만들어진 불문율입니다. 야구라는 종목이 보기보다 어렵기 때문에 실력차가 큰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인야구 날라차기 사건의 해석 -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안다 

그런데 문제는 게임 매너에 불과한 사항을 마치 야구 규칙인 것 마냥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지고 있는 팀의 권리가 절대로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의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이 불문율은 이기는 팀의 아량이고, 지는 팀 입장에선 치욕으로 받아들이는 게 정상입니다. 도루를 왜 하냐고 따질게 아니라 이 상황까지 몰린 자기를 탓해야 합니다. 상대팀의 도루에 화를 내는 건,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날라차기 사건은 이 지점에서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싸움의 시작이 항간에 알려진 대로 '14점 차 도루'가 맞다면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일어나서는 안 됐습니다. 지는 팀 덕아웃에서 기분이 상해 항의성 발언이 나가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합니다.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벌여서는 안됐습니다. 실력도 안 되는 사람이 야구장에 나와서 잘하는 사람 괴롭힌 꼴이 됐으니까요. 도루를 하지 말라고 벤치클리어링까지 하는 건 창피한 일이죠. 뒤돌아서 있는 사람에게 날아 차기를 한건 상식 이하 행동이라 언급조차 필요 없고요.

 

제 경험으로도 상대팀이 이기고 있다고 더그아웃에서 낄낄대고 웃고 떠들면 진짜 화납니다. 도루를 당하는 것보다 더 열받죠. 그꼴 보기 싫어서 경기에 더 집중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소속팀에 화가 나고, 같은 팀원끼리 싸움이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걸 풀기 위해서는 경기에서 이기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스포츠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요. 

날라차기 사건으로 논란이 된 팀명과 리그명이 인터넷에 다 공개되어 있더라고요. 사회인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름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가해자 등번호로 된 선수는 팀 명단에서 빠진 거 같더라고요.



요즘 야구하는 사람들끼리 자조적으로 이런 말 하곤 합니다. 요즘 사야인은 고인 물이라고. 야구 인기가 떨어져 젊은 친구들이 야구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요. 이런 사건까지 났으니 또 이미지만 깎이고 야구 인구는 계속 정체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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