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스포츠라 불리는 야구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특히 세이버매트릭스 지표까지 찾아보는 것은 야구팬의 큰 즐거움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세이버매트릭스 지표 중 BABIP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BABIP이 무엇일까요?
BABIP는 "Batter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의 약자로 야구에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나타내는 통계입니다. 구체적으로 BABIP는 홈런과 삼진을 제외한 타구만을 기준으로 선수의 타율을 계산합니다. 말로 하는 것보다 계산식을 직접 보는 게 쉬우실 겁니다.
BABIP = (안타-홈런) / (타수-삼진-홈런+희생타) |
더 쉽게 말씀드려볼게요. 타자가 쳐낸 타구가 파울라인 안쪽으로 향하는 순간, 즉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측정하는 것이 BABIP입니다. 타율과 마찬가지로 타자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타율은 타석수에 대한 안타수를 객관적인 수치로만 계산한 것인데 반해 BABIP는 수비 실책이나 빗맞은 안타 등으로 표현되는 행운 또는 불운 요소까지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선수의 타율과 BABIP를 함께 놓고 비교해 보면 운의 요소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MLB 선수들의 평균 BABIP는 약 3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타자가 경기장 안으로 쳐낸 공의 약 30%가 안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수의 BABIP가 3할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경우 '바빕신'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야구팬들 사이에서 하기도 합니다. 행운의 여신이 어느 팀에 도움을 주는지 얘기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실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기보다 약간의 운이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야구라는 스포츠의 재미가 훨씬 더 커집니다.
2022 이정후 선수 기록을 통해 살펴본 BABIP
2022년 KBO의 타율 순위 Top 5 선수들의 BABIP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 BABIP가 타율보다 높은데 이정후 선수가 유독 타율보다 낮은 BABIP를 기록했습니다.
타율 | BABIP | |
이정후 | 0.349 | 0.339 |
피렐라 | 0.342 | 0.361 |
박건우 | 0.336 | 0.375 |
이대호 | 0.331 | 0.334 |
나성범 | 0.320 | 0.388 |
KBO를 대표하는 이정후 선수의 BABIP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다른 블로거의 분석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2022 시즌 이정후 선수의 삼진수가 줄어들면서 분모값이 커졌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홈런 개수가 늘어난 것도 분모값을 늘어나게 해 수치를 낮췄습니다. 실제로 이정후 선수의 2020~2022년 연도별 기록을 찾아보니 삼 진수는 47, 37, 32개로 점점 줄었고 홈런수는 15, 7, 23개로 점점 증가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수비 시프트를 당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점은 수치로 알 수는 없지만 리그 수위타자를 상대팀에서 철저히 분석했고 수비시프트고 견고하게 짜서 대응했을 것이란 추측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이정후 선수는 2022 시즌 중반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ABIP가 떨어진 것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올해 내 BABIP(0.310 27위)이 통산 기록(0.358)보다 너무 떨어졌다"며 "쓰레기를 열심히 주워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행운의 여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착한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내가 BABIP 지표를 주목하는 이유
제가 BABIP 지표를 좋아하는 이유는 야구에 분명히 존재하는 운의 영역을 조금이나마 설명하려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엉성한 자세로 타격을 한 타구가 바가지 안타로 이어지고, 매우 멋진 스윙으로 펜스까지 공을 날렸지만 상대편 호수비에 잡히는 상황을 타율과 같은 전통적인 지표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BABIP가 완벽한 지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지표를 조금은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운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믿지만 그 운이 행운일지 불운일지는 각 선수의 노력으로 달라진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주력이 빠른 선수는 상대의 실책을 유도할 확률이 높고, 타구를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때려내는 선수라면 같은 거리로 타구를 날려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행운이 100% 행운이 아니라는 것이죠. 타구의 질, 타자의 주력이나 주루 센스, 수비수의 실력이나 실책 등이 뒤섞이면서 행운 또는 불운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선수의 허슬플레이나 노력에 따라 분명히 행운의 여신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고, 스포츠가 재미있어지는 거겠죠.
이 지표는 한계도 있습니다. 야구 중계를 오래 보지만 해설자들이 BABIP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 않습니다. 설명하기 난해하기도 하고, 그 지표 자체의 신뢰성이 아직은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BABIP의 개념 자체에 대한 정립이 덜 된 거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선수들의 이 기록을 찾아보며 소소한 재미를 찾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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