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물티슈가 갑 티슈보다 많이 쓰이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는 손수건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육아용품 관련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티슈가 높은 매출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물티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소비자들은 '살균, 소독'이란 문구를 최고의 품질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아기물티슈'라는 위험한 마케팅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티슈는 사용하기 굉장히 편해서 사용자가 늘어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어딘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물티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올바른 선택과 사용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물티슈의 네 가지 분류
제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 제도는 물티슈를 적어도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합니다. 의약외품,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화장품, 공산품으로 나뉩니다. 저는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기에 법률적, 화학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의약외품 물티슈는 약사법에 근거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약외품 중에서도 소위 '빨간약'이라 불리는 포비돈과 같이 외용소독제로 분류됩니다. '외용'은 손이나 피부 등 신체의 바깥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피부에 닿아도 괜찮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의약외품 물티슈의 주요 사용처는 병원이고, 병원 내에서도 내시경 장비 등 의료기기를 닦는 데 주로 사용합니다. 피부를 닦으라는 제품으로 기구를 닦는 게 이상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거 같지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둘째,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물티슈는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세정제, 살균제, 감염병예방용 살균소독제, 기타 방역용 소독제 등으로 신고 또는 승인된 제품을 말합니다. 설거지나 욕실청소용 제품, 뿌리는 살균제 등과 같은 신고 또는 승인 기준이 적용됩니다. 몇 년간 확산됐던 감염병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셋째, 화장품 물티슈는 말 그대로 화장품법이 적용되는 화장품입니다. 화장을 지우는 과정에서 물티슈 사용이 늘면서 '인체 세정용' 제품으로 분류됐습니다. 최근 요양기관을 중심으로 일명 '샤워티슈'라는 대형 제품이 생기고 있는데 이것이 화장품 물티슈에 속합니다.
넷째, 식당에서 수저와 함께 제공되는 위생용품 물티슈도 있습니다.
국내 법이 왜 물티슈를 이렇게 여러 가지로 나눠서 다루고 있을까요? 눈치채셨을 거 같습니다. 사용 용도에 따라 규제를 달리 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촘촘하니 안전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일반인들이 이 같은 차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마케팅이 부추기는 물티슈 오남용
최근 인터넷 블로그에 물티슈에 대해 사용후기를 포스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광고비를 제공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블로거들이 물티슈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점입니다. 물티슈에 대한 기초 지식을 먼저 쌓고 포스팅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분명 의약외품 물티슈인데도 영유아에게 좋다는 식으로 포스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살균, 소독이라는 문구에 집중한 나머지 그 효과를 내는 물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약사법은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과산화수소수, 이소프로필 알코올, 염화벤잘코늄, 크레졸 또는 에탄올을 주성분으로 하는 외용 소독제"를 의약외품의 한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염화벤잘코늄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주요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경각심이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의약외품은 다 좋다' '살균 소독은 필수다'라는 인식도 조금은 달리 생각해봐야 합니다. 손에 묻은 이물질을 한번 닦는 데 포비돈을 쓰는 사람이 없듯이, 의약외품 물티슈를 마구 사용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내시경 장비와 우리집 물건이 같은 수준의 오염도를 보이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집안에서 의약외품 물티슈를 쓰는 건 과도한 소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죠. 어떤 사람이 물티슈로 주로 방청소를 하고 종종 손을 닦는데 사용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생활화학제품 물티슈를 써야 할까요? 방에 걸레질을 할 때 살균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걸레나 낡은 천을 적셔서 방에 있는 먼지와 머리카락 정도만 닦아내면 충분합니다. 살균이나 소독까지 하려는 건 과잉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손에 화학제품이 닿는다고 생각하면 좀 불편합니다.
물티슈에 담긴 화학성분이 아무리 법의 기준에 맞다고 하더라도 화학물질입니다. 제가 그쪽 분야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질별 특성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화학물질이 들어갔기 때문에 화학제품으로 분류가 됐을 것입니다. 용량을 낮췄을 뿐이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성분들도 부지기수입니다. 화학제품이 우리 집 거실에 있다고 생각하면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현명한 물티슈 사용법
현명하고 똑똑하게 물티슈를 고르고 사용하기 전에 한 가지 알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물티슈에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화학물질이 들어갑니다. 부직포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촉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으로 화학물질 사용 기준을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믿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와 관련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해 절충점에서 제도가 마련되었을 것입니다. 100% 안전하다고 확신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문제 제품들도 정부의 기준은 통과했었을 것입니다.
저희 아이가 신생아라면 어떠한 물티슈든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입니다. 현재 저희 집에선 그나마 화장품 물티슈를 주로 간이 청소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물티슈는 그나마 몸에 매일 바르는 것을 기준으로 제조했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몸에 바르는 제품으로 청소를 하고 가끔 손을 닦거나 코를 풉니다.
반대로 화학제품이 들어간 물티슈는 되도록 구매를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화학제품이 일으킬 예측불가능한 부작용을 애초에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고 들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지식을 알고 사용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속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물로 씻거나 면 손수건, 휴지, 걸레를 사용하면 조금은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환경적입니다. 현명한 소비자 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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