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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탄희 의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연설문 전문(2023.4.10)

by 보통등기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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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들을 보면서 그랬고, 2010년대 초반에도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을 보면서 그랬었습니다. 피부엔 닭살이 돋았고 심장 박동이 귀로 들렸으며 눈가는 촉촉해질 때도 있었죠. 이렇게라도 진심으로 정치를 하는 정치가가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웠고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의 혀와 연필은 사익 추구와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을 위해 쓰였습니다. 정치 뉴스의 상당부분은 屑話나 說話로 인한 舌禍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 통장은 비어가는 데 저놈들 떠드는 게 뭐가 중요하냐라는 생각에 정치에 혐오의 시선이 쌓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 국회의원의 정치 행보에는 자꾸 눈이 갑니다. 그의 태도와 언변은 매우 진중하고 힘도 있습니다. 그 힘 속에 정치가로서의 꿈과 정치인으로서의 현실이 섞여 있습니다. 그 사람은 이탄희 국회의원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2023년 4월 10일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게 이날 위원회의 주요 안건이었습니다. 이탄희 의원의 연설을 듣고 예전에 느꼈던 닭살과 심장박동이 생각났습니다. 그의 연설을 유튜브 등 영상으로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실 그가 말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수가 규칙을 만드는 스포츠가 있나요? 국회의원들에 대한 법을 국회의원이 만드는 거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좋은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연설을 듣고 선거구제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탄희 의원은 적어도 자신의 재선을 위해 선거구제 확대에 찬성하는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을 남기는 이유는 선거구제 때문이 아닙니다. 그의 연설에 담긴 지금의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그의 연설을 문장으로 읽고자 찾아보았지만 못 찾겠더라고요. 그래서 영상을 보며 직접 받아 적었습니다. 연설문 원문이 아니기 때문에 문단 나누기나 쉼표의 사용 등은 제가 임의로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오탈자나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이렇게라도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좋은 정치인의 이야기를 음미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탄희 의원 연설문 - 2023년 4월 10일 국회 전원위원회, 선거구제 개편 관련

대한민국 정치는 암흑기입니다. 정치 양극화가 세상을 망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나를 대표하는 대표가 사라졌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내 처지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국민 무대표 상태, 정치 실종의 상태입니다.

 

지금 국민의 삶이 어떻습니까? 15.9% 고금리에도 50만 원 대출을 줄 서서 받습니다. 전세 대출 이자 월 60만원 내던 사람이 200만 원 내고 있습니다. 주머니에 쓸 돈이 없습니다. 출생률은 세계 꼴찌고, 기후위기로 동물은 떼로 죽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멸종합니다. 이걸 막을 힘은 정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수천만 명의 1년 내내 일해서 번 돈, 거기서 걷은 돈 600조,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고 100만이 넘는 공무원들 어디가서 무슨 일 해라 지휘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큰 힘을 가지고도 국민 삶을 지키는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반사이익구조니까요.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는 왜 안했냐" 이러면 그만입니다. 노란봉투법, 진짜 사장 교섭법 거부할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반사이익 구조니까요. 상대만 못 찍게 하면 선거 이기니까요. 

 

제 소속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일 굴욕 외교 그 참담함을 반복해서 폭로하면 그만인 것이지, 더 나아가서 새 시대의 외교 전략 그 대안을 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정치가 없습니다. 남의 말에 조롱하고 반문하고 모욕 주면 끝입니다. 

 

고소고발하고 체포동의안 보내고 악마화하면 그만입니다. 반사이익 구조니까요. 그래서 대한민국 정치에는 일 잘하기 경쟁이 없습니다. 대안경쟁이 없습니다. 문제를 방치합니다. 200만 농민, 100만 하청노동자의 생활고는 버리고 갑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래도 선거 이기는 데 지장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선거 이기고 나면 뭘 할 수 있습니까? 2008년도에 한나라당이 단독 과반을 했습니다. 민주당이 2020년에 180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각자 4년 동안 뭘 이뤘습니까? 개혁을 했습니까? 독주 프레임에 걸려서 시간만 낭비하지 않았습니까?

 

혐오는 방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전 정권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지금은 가장 큰 혐오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난 15년간 성공한 대통령이 있기는 합니까? 이제까지 수천명 국회의원들이 나왔지만 그중에 성공한 국회의원들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국민 여러분, 이것은 절망의 정치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지역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책개발보다는 다른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선거법 개혁은 노무현의 꿈이었습니다. 사람 바꿔서 해결 안된다. 선거 구조 안 바꾸면 대한민국 정치는 계속 동네 싸움에 불과하다. 이미 20년 전에 이미 다 나온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결을 못한 이유는 딱 하나, 양당의 기득권 때문입니다. 탐욕의 위성정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국회가 다음에 하자 다음에 하자 이렇게 20년을 미루는 동안, 이제 증오와 혐오는 지역주의를 넘어 세대와 성별, 정치성향 전반으로 번져 버렸습니다. 더는 방치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소진한 사회적 에너지가 도대체 얼마입니까? 1700만이 넘는 촛불 시민들의 무너진 자부심은 뭘로 보상할 겁니까? 이번에 어떻게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가야 합니다. 

 

이번 선거법 개협의 핵심은 정치 다양성 확보에 있습니다. 정치가 싸움만 하지 경쟁이 없습니다.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서 경쟁을 되살려야 합니다. 김부겸 정도 되면 대출 출마해도 당선이 되고, 유승민 정도 되면 공천을 안 줄래야 안 줄 수 없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호남에서도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효과만 나는 건거제도라면 어떤 것이라도 찬성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정치 양극화가 해소되고 반사이익 구조가 깨지고 혐오 전쟁이 멈춥니다. 

 

다양성은 강합니다. 다양성은 유리합니다. 다양성을 통해서 한국 정치를 멸종에서 구해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더. 선거구를 키워서 큰 정치인을 키워주십시오. 현행 선거구제는 국회의원, 시도의원, 구의원, 군의원이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고 제정구 의원 "나는 빈민을 위해서 국회의원이 됐는데, 내 일정의 80%는 지역구 행사나 지역구 홍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경조사 정치 비아냥 들으면서 1분 축사하려고 10군데씩 뜁니다. 

 

선거구가 커져야 의정활동 단위도 커지고 생각의 크기도 커집니다. 돈 드는 선거운동 방식은 바꾸면 됩니다. 유세차, 현수막 다 같이 없애고 TV토론 더 합시다. 권역 비례든 대선거구든 이름은 뭐라 붙여도 상관없습니다. 선거구를 키워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실력있는 정치인들을 키워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여기 계신 동료 의원들도, 저 자신도 우리 마음 속에 한 때 품었던 초심의 좋은 정치인을 되살려서 후회 없이 마지막까지 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쉬운 정치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초심대로 정치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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